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몸 안의 마나는 모두 바닥나 텅 비어 버렸고, 고문으로 인해 신체는 너덜거렸다.

주변의 마법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바빴다.

스칼렛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업보라고 생각했다.

홀덤족보 쥐어 왔던 행복들이, 사실은 그쪽이 꿈이었다고.

노예시장의 바닥에서 얼어 죽거나, 몬스터의 밥으로 던져질 인생이었다고.

바른길로 살아가는 건, 햇볕이 따뜻한 곳에서 살아가는 건, 온기가 가득한 애정을 받는 건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너무 버거운 행복이었다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 순간, 스칼렛은 한 사람이 너무도 보고 싶었다.

맑고, 선하며, 올곧은 녹색 눈이 보고 싶었다.

“살고 싶어.”

목구멍에 걸려 있던 말이 혀를 타고 입 밖으로 나왔을 때, 광원이 완전히 스칼렛을 덮쳤다.

퍼어어엉!!!

엄청난 소리와 함께 큰 바람이 일었다. 스칼렛은 버티기 위해 온몸에 힘을 줘야 했다.

‘……버틴다?’

광원을 맞았다면, 자세히는 짐작하진 못해도 버틴다는 감각조차 느끼지 못할 터.

신체가 바스러져야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바람을 버티던 스칼렛이 천천히, 아주 가늘게 눈을 떴다.

눈앞에는 넓은 등이 있었다.

“아…….”

검은 머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스칼렛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흘러내렸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너무나 그리웠던 목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만났구나. 보고 싶었다, 스칼렛.”

“아, 아론 님…….”

또다. 스칼렛이 나락으로 굴러떨어질 때마다 건져 올리는 목소리.

“죄송해요……. 죄송해요…….”

스칼렛이 아론의 망토 끝을 그러쥐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꾸나.”

아론은 검을 꽉 쥐었다.

* * *

콰아아아아…….

휘몰아치는 바람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아까의 공격보다 훨씬 강하다.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어. 셔먼 백작에게 한 공격은 섬세하기까지.’